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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람 행사 <의령예술촌장 윤재환> 고통이 주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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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8-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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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주는 추억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도전을 이어간다면 참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 도전 속에는 크나큰 성취감과 더불어 자부심과 함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그러니까 8월 9일과 10일 양일간에 걸쳐 지인들과 1박 2일로 해파랑길을 걷고 왔다. 이번에 걸은 구간은 기장군청 앞에 있는 기장역에서 일광해수욕장과 임랑해수욕장을 지나 서생역까지 걷고, 택시를 이용해 진하해수욕장까지 갔다.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진하해수욕장에서 맨발걷기를 하고 다시 남쪽으로 해서 호미곶까지 걸었다. 첫날에는 28km를, 그리고 둘쨌날에는 17km를 걸었다. 이틀 동안 45km, 즉 일백리를 걸었다.  

이번 걷기 여행에는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이 중에서 성별로는 남자 세 명, 여자 두 명이고, 연령별로는 60대 후반 두 명과 초반 두 명, 그리고 40대 후반 한 명이다. 

그리고 출발지로의 이동은 기차로 했다. 각자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역을 이용해서 군북역과 중리역, 마산역, 그리고 삼랑진역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부산의 종착역인 부전역으로 갔다. 부전역에서는 울산에 있는 태화강역까지 가는 전철을 이용했다. 나를 포함해 이번에 동행한 남자 세 명은 지난 2022년 6월 5일과 6일 양일간에 걸쳐서 1박 2일로 해파랑길 시작점인 오륙도에서 기장역까지 걸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장역으로 가서 위쪽으로 이어갔다. 

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유난히 무더운, 어마어마한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다. 그러니 그냥 바깥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텐트를 얹인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바다를 따라 난 해파랑길을 걷고 걸었다. 우리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 주었고, 또다른 사람들은 우리처럼 따라 하고 싶다고 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번에 동행한 다섯 명 모두 올해 어마어마하게 무더운 폭염의 더위 속에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비오듯 하는 땀을 흘리며 힘들게 1박 2일을 걸었다. 이 중에서 적어도 세 명은 생전 처음으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고, 적어도 한 명은 난생 처음으로 하루 종일 걷는 시간을 보냈고, 또 텐트 속에서 잠을 자며 야영도 했다. 특히 이미 경로에 든 두 명은 연로의 몸으로 불볕더위 속으로 혹독한 길을 걷고,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정말이지 도전하기 쉽지않은 시간이었는데 기꺼이 용기를 내어 동행을 했다. 또 가장 젊은 40대 여성은 홀로인 여성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 동행했는데 어떤 일인지도 모른 채 나서서 함께 하여 무더운 날씨 속에서 길을 걷고, 야영을 했다. 그러니까 실로 엄청난 경험이다. 이번에 동행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경험해보지 못했을 듯한 참으로 대단하고 위대한 동행이었다. 그리고 길을 걷는 방식은 그냥 힘들게 길만 걸은 게 아니다.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길을 걷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좋은 식당으로 가서 점심도 먹고, 또 적절한 휴식과 더불어 즐거운 시간을 만들며 간다. 내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 8월부터 걷기 여행을 해왔는데 그 때는 계속해서 길을 걷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2022년 7월 1일부터 65일간 전국 국토 종주의 대장정의 길을 걸으면서 터득한 방식으로 걸었다. 그러니까 내 스스로도 14년 만에 터득한 소위 도보여행을 하는 고수의 방식으로 걸었다.    

그리고 우리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있는 진하해수욕장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또 바닷가 모래밭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시낭송과 노래와 하모니카 연주와 더불어 모닥불을 노래하며, 젊은 시절에는 누렸지만 요즘은 실행하기 어려운 그 낭만 가득한 추억의 밤을 보냈다.  

추억으로 담은 사진을 찬찬히 살펴보면 폭염의 무더위는 보이지 않고 힘든 고통도 보이지 않는다. 용기있는 걸음과 밝은 미소가 빛나는 모습만이 보인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당시에 힘겨웠던 고통은 사라지고, 그 고통 대신에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다.  

나는 틈만 나면 여행의 시간으로 길을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의미다. 즉, 살아있다는 증거다. 사실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쉬운 일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기가 더 어려울 뿐이다. 그러니 살아있으면 걸을 수 있고, 걸으면 살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고통은 사라지지만 그 추억은 영원히 기억에 남는다. 그런 추억이 모이고, 그 추억을 생각하고 얘기하면 행복이 절로 피어난다. 힘들기는 하지만 도전의 실행은 큰 의욕과 큰 성취감을 줄 뿐만 아니라 더불어 기쁨을 주고 행복하게 해 준다. 그래서 나는 계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을 또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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